몽예 남극관
조선 중기의 문신인 남극관의 시문(詩文) 및 그의 모든 저작을 수록한 것이다. 남극관은 구만(九萬)의 손자이고 학명(鶴鳴)의 아들이다. 남극관은 28세에 요절하기는 하였으나 본래 각종의 저술에 뜻을 두었던 것 같아서 각 체의 시(詩)와 문장에 「사시자(謝施子)」같은 비교적 장편의 만록(漫錄)까지 초록(抄錄)하였다. 남극관은 생전에 이미 자기의 시문(詩文)을 정리해 두었던 것 같다. 시(詩)에는 화(和)한 편십(篇什)도 적지 않으나 한거영필(閒居詠筆)의 작이 많은 편이다. 그 중 「십년(十年)」 칠절(七絶) 4수는 매수를 "십연독포유우질 백대수연역낙심(十年獨抱幽憂疾, 百代誰憐歷落心)"으로 시작한 것으로 10년 장병(長病)에 오래 가지 못할 몸을 생각하고 정적(靜寂)과 유우(幽憂)속에서 감개를 부친 노래다. 「속동도악부(續東都樂府)」 8수는 삼한(三韓) 이래의 고사(故事)·전설(傳說)을 노래한 것으로 잡언체(雜言體)로 되어 있다. 「유우무소사만피시곤잡제진권(幽憂無所事漫披詩袞雜題盡卷)」 12수는 중국의 고사를 끌어서 쓴 것으로 마지막 3수는 병중(病中)의 감개를 부친 것이다. 남극관의 시는 고사의 원용도 적지 않으나 소묘(素描)와 서정(抒情)에도 재치(才致)가 있다. 문(文)중에 「김참판역법변변(金參判曆法辨辨)」은 김공시(金公始)의 「신역불가용설(新曆不可用說)」을 반박한 것으로 지구(地球)·천체관(天體觀)과 더불어 신설(新說)에 대해 극관은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에서 사실에 즉(卽)해서 이해하기에 힘쓰고 있다. 그 중 계란을 공중에 달아 놓고 거기를 개미가 기어가는 것을 가지고 공중에 떠 있는 구형(球形)의 지구(地球)의 양극(兩極)에서 사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지구인력(地球引力)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하더라도 주목할만하다. 이 변설(辨說) 끝에 극관은 천주교(天主敎)에 대한 견해를 간단하게 부기(附記)하고 있다. 단거일기(端居日記)」는 1712(숙종 38)년 7월 1개월 동안의 남극관의 독서일기다. 유우질환(幽憂疾患)중에도 독서불철(讀書不輟)한 것을 알 수 있다. 일기에 나오는 서명과 문제(文題)를 열거하여 보면, 《삼국지(三國志)》·《여문집성》·《죽당집(竹堂集)》·《우주도설(宇宙圖說)》·《농암집(農巖集)》·《경세서(經世書)》·《서애집(西厓集)》 등 약30편이다. 매서(每書)나 서중사(書中事)에 관한 평록(評錄)과 아울러 11조에서 시도한 조선제인(朝鮮諸人)의 시문평(詩文評)은 그의 시문에 대한 조예가 깊었음을 알려 준다. 중국과의 관계를 자각하면서 시도한 착실한 시문평이 그리 많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남극관의 이 평설(評說)은 그야말로 우리 평론문학의 길광편우(吉光片羽)라 하겠다. 「장자천하편해(莊子天下篇解)」는 일격(一格)을 내려 본문의 문제되는 부분을 적기(摘記)하고 경행(更行)하여 기설(己說)을 표시하였다. 해석과 견해가 명백 안실(安實)하다. 「장자천하편(莊子天下篇)」은 중국선진제자(中國先秦諸子)를 간평(簡評)한 것으로 선진사상(先秦思想)을 연구하는 데는 하가결(下可缺)의 문헌이다. 불과 십이항(十二項)을 적기 약설(摘記 略說)한 것이기는 하나 특히 난해한 「장자천하편(莊子天下篇)」의 해의(解義)를 시도하였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사시자(謝施子)」는 192칙에 달하는 만록이다. 대부분이 모두 독서여록인데 시문간평(詩文簡評), 언어문자론(言語文字論 - 한글 해설도 數條 있음), 천상(天象)·역법(曆法)·서법(書法)·이문고사(理聞故事) 등 다루어져 범위가 대단히 넓다. 극관은 당시로서는 학술과 견해가 비교적 진보적이고 핵실(核實)한 편이었다고 하겠다. 다만 그가 단명하여서 대성(大成)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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