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보현당 묘지에서 역사인물을 만나다.
  • 보현당의 묘지기행
  • 수곡당, 지국와
근현대묘

(시인) 박인환 (朴寅煥)

by 보현당 2012. 10. 24.
반응형

시인 박인환

 

 <<답사일 : 2011년 10월 31일>>

박인환(朴寅煥, 1926815~ 1956320)은 한국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였고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을 중퇴하였다.1946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으며 1949년 동인그룹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1949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았다. 1955박인환 시선집을 간행하였고 1956년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묘소는 망우리 공원묘지에 있다.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인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 할 그 무엇이 서러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반응형

댓글